山
방우달(시인)
山은 山이지만
높은 산도 있고 낮은 산도 있다
올라 가 본 산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산도 있다
정상이 확 뚫린 산도 있고 꽉 막힌 산도 있다
어느 산이 더 좋다고
딱 잘라서 말 할 수는 없다
꽉 막힌 산에 들면 하루가 검은 천년이다
확 뚫린 정상에 닿으면 가슴에 희열이 가득하다
한 번 가 본 산인데도 일생 잊지 못하는 산이 있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산도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
생각이 잘 정리되는 산
여행하듯이 걷고 싶은 산
은퇴 후에 반드시 찾고 싶은 산
홀로 가고 싶은 산
연인과 함께 하고픈 산
친구와 손잡고 오르고 싶은 산
아버지 뒤를 따라서 묵묵히 걷고 싶은 산
산은
걸어 본 만큼 올라 본 만큼
나를 키워주고 나를 되찾아 주고 나를 알게 해 준다
사람의 마음이 山이다
마음은 마음이지만
따뜻한 마음도 있고 차가운 마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