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혼詩魂

“공무원이라 하지 못했던 얘기, 손해보더라도 이젠 하렵니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09. 6. 25. 00:00

 

경향신문 보도내용입니다(2009.6.23).

 

 

 

“공무원이라 하지 못했던 얘기, 손해보더라도 이젠 하렵니다”

 

 글 심혜리·사진 서성일기자 grace@kyunghyang.com
 
ㆍ‘참다운 배신…’ 펴낸 방우달 서울시 위생과장 쓴소리

현직 서울시 간부 공무원이 자신의 에세이집을 통해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그릇된 행태 등에 대해 거침없는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올해 공직생활 31년째를 맞은 방우달 서울시 위생과장(사진)은 지난 11일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는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서 책을 쓰게 됐다”고 22일 밝혔다.

방 과장은 이 책에서 지난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말이 유행한 현실을 빗대서 “경험상으로 보면 총 공무원 중 20% 정도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고, 그중 80%는 고위직에 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일수록 출세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현실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서 지적한 뒤 현 정부 초대 장관 인선 과정에서 느꼈던 실망감도 가감없이 표현했다. 방 과장은 “(당시) 장관 후보자의 평균재산이 38억원이고, 대한민국 1%내 부자고, 15명 모두가 종부세 대상자”라며 “(대통령이) 잘못된 과거를 불문하고 현재의 능력과 실용 위주로 사람들을 등용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선단체장에 대한 경험도 털어놓았다. 방 과장은 “민선 이후 내가 알고 있는 모 광역시 구청장 3명 중 2명이 군면제, 1명은 단기 방위를 받은 ‘신의 아들’ ”이라고 말했다. 또 “어느 광역시장은 히딩크를 만나는 공식 석상에서 아들과 사위를 참석시켜 히딩크와 기념촬영을 했다”고 전직 서울시장의 행적을 지적한 뒤 “공과 사를 모르는 기본이 안 된 사람이여”라고 꼬집었다.

방우달 과장은 1994년 등단해 15년간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금까지 출간했던 13권의 책들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운문 위주였다면, 이번 에세이는 최초로 공무원으로서 하기 힘든 껄끄러운 얘기만을 묶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반골 공무원’이라 칭하는 방 과장은 “그동안 공무원이라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며 “앞으로 남은 3년 임기 때문에 손해보는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책이 출판되기에 앞서 가족과 출판사 등 주위에서는 “‘현직에 있을 동안은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방 과장은 그러나 “지금 ‘배신’하지 않으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 것”이라며 출판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심혜리·사진 서성일기자 gra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