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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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앞에 차려진 고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가 23일 새벽, 우익 단체에 의해 철거됐다. 몇 몇 시민들이 분향소 옆에 있었지만 누구도 이들 우익단체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더구나 분향소를 경비하던 경찰들도 마치 남의 일인 듯 분향소가 철거되는 것을 묵묵히 지켜만 보았다. 게다가 경찰은 우익단체 대원들이 도로를 건너 철수 할 때는 그들을 위해 차량을 정리하며 길까지 터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은 불과 보름 정도, 그마저도 봐 줄 아량이 없었을까.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있는데 신문 뭉치가 도착했다. 전국에서 바른지역언론연대로 보내오는 주간지들이다. 고양신문, 한산신문, 설악신문 등을 읽다가 순천시민신문을 집어 들었다. 1면 톱기사 제목이 ‘사라진 권양숙 문고’ 이다. 무슨 일이 일어 난 걸까. 순천시민신문 보도를 보자. 권양숙 여사가 도서관 측에 책을 사라며 200만원을 주었다. 순천시는 이 돈으로 책 250여권을 사 비치했고 권 여사에게 감사하는 표시로 가로 40센티, 세로 20센티의 ‘권양숙 문고’라는 나무패를 만들어 책장에 비치했다. 새로 바뀌었으면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도서관을 방문할 예정이라 권양숙 문고를 보면 불편할 것 같아서 치웠다’ 이다. 그리고 권양숙 문고 나무 팻말은 현재 도서관 창고로 쓰이는 책 정리 방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6만 5천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2만여 권은 권양숙 여사, 배우 문근영씨 등 유명인과 지역기업, 개인이 기증한 책들이다. 도서관은 1층 백면에 기증자의 이름과 기증 책 수 등을 표시한 액자를 붙여놓았다. 아마도 권력에 잘 보이려는 심산 또는 대통령 부인에 대한 차원 다른 예우였을 것이다. 이리 놓고 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뻔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린다고 새 권력에 잘 보이기, 죽은 권력 버리기다. 나무패가 보이지 낳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무어라 답해야 할까. 남해신문 시절 이야기다. 군수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골프장 유치 반대와 장묘문화 후퇴를 비판하는 기사로 남해신문과 군청은 대립각이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과장은 대뜸 세 쪽 짜리 문건을 내놓으며 읽어보라더니 ‘이 문안 그대로 신문에 실어주지 않으면 남해신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 고 엄포를 놓았다. 독자들의 반론을 적극 수용한다. 그러나 그 반론문은 타당성이 없고 설혹 전면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A4 세 쪽 분량을 지면에 다 실을 수는 없는지라 검토 후 연락 하겠다 했다. 남해군 전 공무원이 남해신문을 불매 하겠다’ 는 으름장을 날아왔다. 편집국에서 ‘반론문 양을 조절하여 다시 보내 달라’고 통보했지만 반론문은 물론 불매운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해신문과 불편한 관계인 새 군수를 향한 과잉 충성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까지의 형, 동생이 정치권력에 따라 적대적 관계로 표변하는 그 공무원의 전형은 지금까지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방우달 서울시 위생과장은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는 에세이집에서 ‘총 공무원 중 20% 정도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고 그중 80%는 고위직에 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일수록 출세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현실이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특히 ‘히딩크를 만나는 공식 석상에 아들과 사위를 불러 기념촬영을 한 전직 서울시장은 공과 사를 모르는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지금 ‘배신’하지 않으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 것”이라며 책 출판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탄생한 유행어 ‘영혼 없는 공무원’ 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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