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방우달 64

아직도 이렇게 살고 계시네

아직도 이렇게 살고 계시네 방우달(처세시인) 오랜만에 방문한 지인이 SNS 상에서 말했다. "아직도 이렇게 살고 계시네.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을 맨날 설파해봐도 밥이 되나? 술이 되나? 세상이 변했나? 이제 때려치워라!" 맞는 말씀이다. 20여년을 똑 같은 짓거리를 하고 앉았으니 그런 말 들어도 싸다. 자비로 21권의 책을 내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면서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책을 냈는데 남은 것이 뭐 있는가? 겨우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방우달' 검색하면 쭉 오르는 글 밖에 더 있는가. 21권 자비 출판한 돈을 모아 미리 춘천에 땅을 사뒀더라면 풍족한 노후생활을 할 텐데....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것과 그것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이것이고 그것은 그것이다. 차원이 다르다. 나에..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사진=방우달 시집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 표지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방우달 방우달 시집 중에서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동안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앙코르 작품 2021.01.23

가슴이 과녁이다

가슴이 과녁이다 시인에겐 과녁이 따로 없다 가슴이 과녁이다, 시인은 과녁을 향해 하루에도 천 번 만 번 잘 갈고 닦은 화살을 쏜다 가슴은 늘 화살밭이다 화약가루와 내음이 박혀 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다 시인의 가슴에 때로는 동백꽃이 핀다, 매운 겨울 속에서 시인은 잔인하게 봄날의 잔디밭을 꿈꾼다 화사한 과녁 살받이로 살아나는 가슴을 향해 정조준 된 화살이 햇빛에 빛난다. 처세시인 방우달 지음 중에서

앙코르 작품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