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막골 산책 28

70계단 건강 천국

70계단 건강 천국/방우달 (처세시인) 애막골 구름다리 진입로 3개 중 하나, 급경사 계단 70개가 있다. 아파트 5~6층 수준의 계단이다. 최근 보도에 하루에 5층 계단을 걸어 오르면 심혈관질환을 25% 정도 줄일 수 있단다. 사람이 죽는 것은 결국 숨을 쉬지 못하거나 혈관이 막혀 피가 돌지 않는 경우다. 나는 아파트 21층에 살지만 계단을 걸어서 오르지 않는다. 보통 계단의 창문들이 굳게 닫혀 있어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 습기가 차고 좋지 않은 냄새도 난다. 애막골 70계단을 오르면 기분이 참 좋다. 공기도 상쾌하고 흙을 밟고 숲속을 걸으니 걷는 재미도 있고 건강이 절로 좋아지는 느낌이다. 다른 길 평지로 내려와서 2~3회 70계단을 반복 오른다. 장수하는 것도 좋지만 살아 있는 동안 건강..

웃음 잃은 할머니

웃음 잃은 할머니/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로 진입구 근처에 저층 아파트들이 있다. 오후 3시 전후 지나칠 때면 80대 후반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시다. 가끔은 가족인 듯 젊은 아주머니도 보인다. 가을 좋은 날씨에 햇볕 샤워(일광욕)를 즐기시고 지나가는 이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신다. 그런데 약 한 달 동안 봐도 얼굴에 웃음이 없다. 웃음이 꽃이다, 웃음이 보약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수다 떨며 많이 웃으면 장수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등 웃음에 대한 명언은 차고 넘친다. 날마다 받아 읽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마지막 인사도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다. 좋아도 웃고 싫어도 웃는 것이 보통 사람의 인생사다. 일단 웃으면 보는 사람이 즐겁다. 낯선 사람이라도 말을 붙..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십니까?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십니까?/방우달(처세시인)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십니까?" 라고 물으시면 "72억원입니다!" 라고 대답하려는데 젠장 아무도 묻는 사람이 없다. 100세 장수 시대엔 일흔 둘은 나이도 아닌가? 또는 개인 정보보호 시대라서 그런가? 나이가 얼마냐고 묻는 늙은이도 없고 연세가 얼마냐고 묻는 젊은이도 없는 애매모호한 연령대인가? 물질 만능 시대엔 나이도 값으로 환산하는지 몇 세인냐고 묻지 않고 얼마냐고 묻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희소 가치는 높아지는데 대우는 소홀해지고 소외되며 병은 주렁주렁 늘어난다. 어떤 이는 60~75세가 행복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다. 경제력도 어느 정도 확보되고 이동 건강성도 따라 주기 때문이다. 맞는 말임을 실감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하루 5층 아파트 계단 높이 ..

맨발로 걷기 몸에 좋아요?

맨발로 걷기 몸에 좋아요?/방우달(처세시인)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애막골 등산로가 있다. 집에서 종점까지 왕복 일만보 적당한 거리다. 춘천시에서는 진입로마다 '애막골 등산로 안내'라고 표지판을 세워 두었으나 나는 굳이 산책로라고 부른다. 내 나이나 건강으로 봐서 아직은 등산로라고 하기엔 너무 평지이고 야산이기 때문이다. 악산이 아니고 육산이면서 솔숲이 많고 낮은 야산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딱 좋다. 최근에 방송, SNS 등에서 맨발로 걷는 것이 뇌 기능이나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고 해서 애막골 산책자의 35% 가량이 맨발로 걷는다. 갑자기 맨발 걷기 열풍이 몰아친다. 또 한 편에서는 맨발로 걷다가 발에 상처가 날 수도 있고 파상풍에 걸리면 치명적인 위험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요즘은 기능성 ..

아이가 먼저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아이가 먼저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방우달(처세시인) 애막골 산책 중이다(15:00).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가을 날씨다.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앞서서 3대 가족 5명이 산책 중이다. 2명은 맨발이다. 4~5세 남자 아이가 등산 가방을 메고 달려가다 넘어졌다. 벌떡 일어나서 손을 털고 뒤돌아 보며 먼저 "괜찮아요!" 라고 외친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넘어진 아이를 보고 달려 가지도 않았고 일으켜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어린 것이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벌떡 일어나서 '괜찮아요!' 라고 외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어른 같다. 감탄했다. 어린 천사의 천성을 보는 것 같았다. 가정 교육 탓인지 천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분명히 잘 자랄 것이고 훌륭한 우주 시민이 될 것이다. 부자가 되..

애막골 약수터에서

애막골 약수터에서/방우달(처세시인) 그저께 애막골 산책 중에 잠시 가을 폭우가 쏟아졌다. 키 크고 약한 코스모스와 구절초는 다 쓰러졌다. 며칠 전에는 제주도 H 시인이 돌아가셨다. 나보다 15살 위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오늘 산책길 지나 오면서 의자에 앉아 명상을 즐기는 듯한 한 노인을 만났다. 기다렸다가 가실 때 여쭤보니 나보다 11살 위다. 무릎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해 자주 쉰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건강하고 젊은 모습이다. 꾸준히 숲속을 산책하고 명상을 해서 건강을 연장시키나 보다. 약수터 샘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광욕을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다. 애막골 야산 조그만 정상에서..

애막골 새벽시장은 살아 있다

애막골 새벽시장은 살아 있다/방우달(처세시인) 춘천에는 조그만 백화점 1개 대형마트 3개 중소형마트 식품매장 전통시장은 다수가 있다. 새벽시장은 2개가 있는데 애막골 새벽시장이 크다. 석사동 소재 산 아래 서부대성로 인도에서 열린다. 일년 내내 휴장 없이 열린다. 채소 과일 생선 육류 김밥 등 철따라 온갖 상품이 나온다. 춘천은 물론이고 화천 홍천 양구 등지에서도 농업임업어민들이 온다고 한다. 새벽 2~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열린다. 요즘은 추석 명절 밑 주말이라 가장 번창하고 활기차다. 가난한 생산자들이 손수 지은 농임수산물을 팔아 자식들 교육시키고 먹고 살았다고 한다. 그것이 시초였는데 수십년 사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사와 파는 상인도 있다. 옛날에 새벽시장에서 벌어 키운..

빛을 되찾다

빛을 되찾다/방우달(처세시인) 태초에 빛이 있었다고 했다. 빛은 생명이고 희망이다. 그 빛을 잃어버렸거나 빼앗겼다. 그러다가 다시 찾았다. 광복(光復)이다. 어제 초저녁부터 좀 자고 자정 이전부터 깨어 있었다. 05:00 애막골 산책을 잘 다녀왔다. 날씨가 맑고 선선해서 걷기에 딱 좋다. 78주년 광복절에 산봉우리 일출도 봤다. 체육시설이 있는 곳에서 근력 운동도 했다. 24시간 음식점에서 뼈다귀해장국 2인분 포장해 왔다. 아침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 한 잔 마시다. 나의 완전한 광복도 자축한다. 퇴직한 지 13년차다. 직장 상사 몇 분을 마음 속에서 정리했다. 그들은 고시에 합격했고 나는 떨어졌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다. '한 번 고참은 영원한 고참이다'란 말이 있다.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나온..

애막골 새벽 산책 단상

애막골 새벽 산책 단상/방우달(처세시인) 20일만에 새벽 5시 애막골 산책에 나서다. 슈퍼 문이라던 보름달이 일주일 지나니 반쪽이다. 한 달 일생의 허무와 무상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탓인가 올해 매미는 매섭게 운다. 7년 고행 끝에 보름 동안 극락 천국에서 울거나 노래한다. 어느 생인들 짧고 소중하고 절박하지 않으랴. 산책 두 시간 반 동안 황홀하게 내 귀는 완전 씻겼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멀리 높이 난다. 벌레도 많이 잡고 비행도 예술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총 맞아 죽는다고 생각하는 새는 날기도 전에 굶어 죽는다. 조금 일찍 죽으나 늦게 죽으나 짧은 일생은 그게 그거다. 대가들은 대부분 SNS에 와서 놀지 않는다. 자신을 자랑하거나 가볍게 위로 받으려 하지 않는다. 말 장난하며 놀 시간이 ..

멋진 사진 가슴에 품다

멋진 사진 가슴에 품다/방우달(처세시인) 오전에 한 달에 한 번 가는 비뇨기과 진료받다. 아점으로 24시간 콩나물국밥집에서 한방전주콩나물국밥 먹다. 메뉴가 20여 가지인데 대표 음식이 콩나물 국밥이다. 한 그릇에 5,500원이다. 가성비 최고 음식이다. 이 집 음식은 거의 다 맛있다. 11:20 나는 홀로 콩나물국밥 먹고 나처럼 홀로 먹는 몇 사람 있고 저 옆 테이블엔 40대 말 엄마가 중고생 아들 둘 데리고 환한 웃음 날리며 먹고 앞 테이블엔 노인 아들이 노모 모시고 와서 콩나물국밥을 기다리고 있다. 국밥을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아드님께 말했다. "효자십니다! 보기 좋습니다. 실례지만요 어머님 연세는요?" "88세입니다." "건강하십니다! 아드님은요?" "64세입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