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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막골 약수터에서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10. 7. 06:54
애막골 약수터에서/방우달(처세시인)
 
그저께 애막골 산책 중에
잠시 가을 폭우가 쏟아졌다.
키 크고 약한 코스모스와 구절초는 다 쓰러졌다.
며칠 전에는 제주도 H 시인이 돌아가셨다.
나보다 15살 위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오늘 산책길 지나 오면서 의자에 앉아
명상을 즐기는 듯한 한 노인을 만났다.
기다렸다가 가실 때 여쭤보니 나보다 11살 위다.
 
무릎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해 자주 쉰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건강하고 젊은 모습이다.
꾸준히 숲속을 산책하고
명상을 해서 건강을 연장시키나 보다.
 
약수터 샘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광욕을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다.
애막골 야산 조그만 정상에서
큰산 대룡산을 바라본다.
유격 훈련하듯이 저 산을 오른 적이 많다.
오를 때도 내려올 때도 좋은 경치 즐기고
예쁜 꽃들도 샅샅이 만나 얘기하고
제대로 향기도 맡으며 살았으면 더 좋아겠다.
 
지금도 늦지 않다.
내일 갈 지 모르지만 10년 전후의 남은 세월을
요즘처럼 지혜롭게 살면 된다.
'8기'에 미친 남자(팔미남)로
'탐욕은 멀리 고요는 가까이'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아껴가면서 살면
하루가 백년이고 천년이리라.
 
탐욕의 대척점에 자족이 있다.
자족이 고요를 품고 산다.
오늘도 나는 자족의 애막골을 산책하면서
깊은 고요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