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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만큼 채워지는 한가위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9. 29. 23:54
비운 만큼 채워지는 한가위/방우달(처세시인)
 
10여 년 전 삼삼한 날 3월 3일 토요일 오후
날씨도 좋은 날 춘천으로 입성했다.
곧 10여 명이 뜻을 같이 하여 조그만
산악회를 조직했다.
버스 전철 등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화목토 주 3회 근거리 산행을 했다.
 
춘천 토박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두릅 취나물 등 봄나물과 산딸기
버섯 밤 산도라지 등을 계절에 따라 채취했다.
재미 있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따라 다녔다.
그 다음 해에는 뭣을 좀 알고 나니
자연스럽게 욕심도 생겼다.
공짜로 채취하고 채취하는 재미도 생겼다.
 
두 해 째 가을 알밤을 줍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춘천으로 이사 온 것은 은퇴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워내고 마음 공부를 하면서
수행과 동시에 인간적 문학적 내공을 쌓기 위해서였는데
자연물의 채취에 과욕을 부리고 있음을
알아 차리고 그 다음 해부터는 일체 채취를 중단했다.
 
마음이 맑아지고 잡념이 들지 않았다.
조그만 것에도 욕심을 내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깨우쳤다.
이사 후 3차 년도 부터는 철따라
조금씩 전통시장, 인터넷으로 사 먹었다.
돈은 조금 더 들지만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적게 들었다.
 
그 후 부터는 내가 좋아 하는 '8기'에 전념하여
10년 사이에 책을 30권이나 출간했다.
총 47권이다.
'8기'에도 과욕을 부려 치아를 8개나 뽑고 그 자리에
많은 돈을 들여 임플란트를 심고 있는 중이다.
 
과욕과 몰입이 선한 영향력을 낳기도 하지만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중용 균형 조화 느림의 미학을 살려야 한다.
오늘 밤 한가위 나의 보름달을 무엇으로
가득 채울 것인가를
애막골 산책 나와서 곰곰히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