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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 녹지 않는

설경, 녹지 않는/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1 개 짖는 소리 들리고 거짓말같이 펑펑 소리에 멍멍 짖어대는 겨울 매운 날이 풀리며 움막에 발 묶인 상거지떼 들판으로 쏟아져나온다 맨처음 인간이 뱉은 기침소리 떠도는 맨발 끝이 끝없이 시린 하늘가에서 발을 헛디딘 눈발들이 퍼부어대는 2 눈속에 눈이 내리고 산과 들판이 온통 내 눈 속에 쌓여 눈이 흐리다 눈거풀 내리면 귓속에서 폐가 무너지는 소리 쌓인다 무더기로 무너진 폐가의 등을 짓누른다 3 새떼들이 흰 들판 위에 흙 묻은 발자국 찍는다 (더 이상은 걷지 못하겠어, 이 질퍽한 길) 길 벗어난 새 한마리 길 위에 눈을 찍는다 부리가 몹시 차다 총알을 겨누던 초병의 눈알이 힘없이 눈속에 처박히고 얼어붙은 손가락이 풀어진다

앙코르 작품 2021.02.19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앵콜)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동안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