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27

어버이날

어버이날/방우달(처세시인) 누군가 말했다."효도 불효도 끝이 없다." 어버이날이다.자식들은 지난 주말 연휴에 모두 다녀갔다.그들은 3일 연휴를 양가 어버이에게 바쳤다. 봄비가 끝나고 오후 산책을 즐긴다.미세, 초미세먼지도 좋음 수준이다.맑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조화롭다.땅에는 초록잎과 봄꽃이 아름답다. 70대 중반의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서서아마 90대 후반의 어머니와 통화 중인 것 같다.허리가 몹시 불편하지만 정신은 맑고휴대폰도 사용이 가능하다. "엄마, 지금 가고 있어.조금만 기다려, 다 왔어! 뭐라고? 뭐라고? 알았다!"같은 말을 반복하다 전화기를 덮는다.친정 가까이 다 왔나 보다.손에는 카네이션 꽃다발을 들었다. 어버이 돌아가신지 36년째다.아직도 길을 걷다가 어버이인 듯 착각하고종종..

야탑이 말했다 2024.05.09

홀로 걸으면 - 야탑의 아침편지

홀로 걸으면 - 야탑의 아침편지 걸어가면 보이고 들리고 깨달음이 온다 왜 인간의 얼굴에는 눈이 두 개 귀가 두 개 콧구멍이 두 개 입이 하나인가 깨닫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 밤길 걸을 때 왜 등불 들고 걷는지 그 지혜를 배우게 된다 내려놓고 비우면 왜 더 높아지고 더 채워지는지 왜 긍정적인 마음으로 왜 감사하는 마음으로 왜 용서하고 나누며 살아야 하는지 왜 남탓하지 말고 내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왜 세상엔 공짜가 없는지 돈 모으는 재미보다 왜 깨달음의 즐거움이 더 큰 것인지 끝없이 질문이 걸어가고 쉼없이 깨달음 따라온다 홀로 걸으면 더 잘 보이고 들리고 더 큰 깨달음이 온다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3》 중에서 - 걷기에 대한 글이나 책은 참으로 많습니다. 한결같이 걷기 예찬이고 즐거움을..

앙코르 작품 2023.11.21

낚時법

낚時법/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시간을 낚는 법은? 느리게 사는 것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천천히 건져 올려 갖은 양념 버무려 맛있게 즐기는 것 여행을 하는 것 날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는 것 독서를 하는 것 천년의 세월을 압축시켜 칩에다 저장하는 것 산책을 하는 것 질러가지 않고 빙 둘러가며 단물이 나도록 시간을 잘근잘근 씹는 것 비우며 사는 것 마음을 비운 만큼 시간은 가득 채워지는 것

앙코르 작품 2021.04.14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방우달(처세시인) 단풍든 바람 싣고 살랑이는 햇살만 좋으랴. 산수유 매화 개나리 어울려 봄을 한껏 피우는 정오 무렵 아파트 둘레길 한적한 양지에 앉아서 한 노인이 봄날을 즐긴다. 셀카는 싫고 그 모습을 한 컷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으나 연이은 실패, 한참 기다렸다가 애완견 데리고 산책 나온 한 젊은 새댁에게 부탁, 오케이! 외롭게 사색하는 노인의 모습에 봄날을 가득 담아 달라 주문했더니 외로움 너머 피어난 고목의 매화처럼 꽃 피는 봄날에 가을이 와서 즐기는 명작이다. 나는 완전 노인이 되어 앉아 있었다.

미발표 신작 2021.03.26

낚時법

낚時법/처세시인 방우달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시간을 낚는 법은? 느리게 사는 것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천천히 건져 올려 갖은 양념 버무려 맛있게 즐기는 것 여행을 하는 것 날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는 것 독서를 하는 것 천년의 세월을 압축시켜 칩에다 저장하는 것 산책을 하는 것 질러가지 않고 빙 둘러가며 단물이 나도록 시간을 잘근잘근 씹는 것 비우며 사는 것 마음을 비운 만큼 시간은 가득 채워지는 것

앙코르 작품 2021.02.14

눈밭 산책

눈밭 산책 방우달(시인) 눈이 방금 내게 찾아왔다 낯선 길을 걸어보라고 길 없는 길에 길을 내라고 코로나19 따돌리고 밤 열 시 초등학교 운동장 두 시간 걸었다 일흔 세월의 추억들을 접고 싸락눈으로 내려와 함박눈으로 누울 때 눈 밑엔 쌀알처럼 많은 지난 발자국들 외등 불빛 따사로움에 잠들고 눈 오는 소리 발자국 소리 포개지는 고요에 길이 하나 보인다 길은 뒤에서 나를 따라 걷는다

미발표 신작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