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9

생명력

생명력/방우달(처세시인) 누군가 말했다."저 꽃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영혼이다." 어느 독자가 자신의 집 시멘트 계단에 핀양귀비꽃 한 송이를 보고 감탄한 말씀이다.감탄한 말씀에는 진리가 꽃 피고향기로운 지혜가 묻어난다. 바위 틈에, 보도블럭 틈에세상 어디든지 한 숟가락 흙만 있으면한 포기 풀은 살아낸다.생명의 존귀함이고 신비함이다. 나 같이 게으르고 무기력한 사람에게숙연함과 부끄러움을 선물한다.자유와 평화를 즐기는 영혼은환경을 탓하지 않고 감사하는훌륭한 생명력을 가졌다. 저 양귀비처럼 꽃 피우며 사는많은 생명을 진실로 사랑하라.봄날이다, 그 영혼을 기억하라.

야탑이 말했다 2024.05.18

조증과 울증이 널뛰는 꽃피는 봄날의 공허감

조증과 울증이 널뛰는 꽃피는 봄날의 공허감 방우달(처세시인) 나이 들어 황혼 즈음 길을 걷다가 배 고프면 탕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사 먹을 건강과 재복을 받은 것은 주어진 음식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는 것이다. 산하엔 화사한 봄꽃이 피고 지고 내 마음은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널뛰고 이 좋은 날에 친구의 부음을 받고 마지막 배웅을 힘차고 씩씩하게 보내기 위해 탕 한 그릇 밑반찬들 소주 한 병 밑바닥을 핥는다. 채워도 채워도 비워지는 이 봄날의 공허를 어쩔고나 어쩌면 좋을고나.

미발표 신작 2021.04.16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방우달(처세시인) 단풍든 바람 싣고 살랑이는 햇살만 좋으랴. 산수유 매화 개나리 어울려 봄을 한껏 피우는 정오 무렵 아파트 둘레길 한적한 양지에 앉아서 한 노인이 봄날을 즐긴다. 셀카는 싫고 그 모습을 한 컷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으나 연이은 실패, 한참 기다렸다가 애완견 데리고 산책 나온 한 젊은 새댁에게 부탁, 오케이! 외롭게 사색하는 노인의 모습에 봄날을 가득 담아 달라 주문했더니 외로움 너머 피어난 고목의 매화처럼 꽃 피는 봄날에 가을이 와서 즐기는 명작이다. 나는 완전 노인이 되어 앉아 있었다.

미발표 신작 2021.03.26

한방에 훅 날리는 힘

한방에 훅 날리는 힘 방우달(처세시인) 소한과 대한 사이 어느 날 오후 의암호반 벌거벗은 벚나무 산책길 벚나무 잔가지 하나 잡아당겨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이 웅크린 듯 자잘한 봉오리들이 잔뜩 달렸다 아, 벚꽃이 유달리 화사하게 피는 것은 대한 소한 매운 추위 견디며 축적한 한방에 훅 날리는 그 힘이었구나 방한복 걸쳤지만 올해 겨울은 유달리 춥다 눈 앞의 봄날을 바짝 잡아당겨 두 주먹 불끈 쥐었다.

미발표 신작 2021.01.24

'군살이 보이시나요?'

'군살이 보이시나요?' 숲속에서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나무엔 군살이 없다. 만져봐도 잡히지 않는다. 인간세상 둘러보고 신은 말한다. 인간엔 군살이 없다. 영혼에도 잡히지 않는다. - 방우달의 《절》 중에서 - 한 뼘만 멀리서 한 뼘만 더 높은 곳에서 보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생각이 높아지고 넓어집니다. 삶이 우아해집니다. 바짝 붙이면 온 세상을 조그만 숟가락 하나로 캄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 있는 태산은 내 앞을 가리지 못합니다. 한 걸음만 물러서서 삶을 대하면 어떤 고통도 고난도 물러섭니다. 잠시만 견디면 다 지나갑니다. 평온이 다시 옵니다. 겨울 지낸 따스한 봄날 화사한 봄꽃처럼 군살없이 말랑말랑한 삶을 피우세요.

앙코르 작품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