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간병인 일기 7/방우달(처세시인)
아내가 없는 썰렁한 집에 가서
모아 놓은 빨래를 한다.
매뉴얼은 들어서 대충 알겠는데
막상 세탁기 앞에 서니 막막하다.
이론과 실습하지 않은 실제는
늘 거리가 멀다.
어렵게 순서를 끼어맞춰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 끝!
세탁물을 꺼내고 탁탁 틀어
질서정연하게 빨래줄에 늘었다.
승리한 장수처럼 의기양양
발걸음도 가볍게 병실로 돌아왔다.
시험치고 정답을 맞춰보는 아이처럼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한 것을
환한 미소 짓는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아뿔싸!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혼동해서
넣은 위치가 잘못되고 순서가 틀려버렸다.
이 일을 어쩌나, 다시 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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