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대지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8. 7. 19:07

** 대지 **/방우달(처세시인)

 

모든 직을 내려놓고 춘천으로 이주하니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깊어졌다.

10년을 들과 산을 걸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계절마다 달마다 날마다

같은 꽃이 피고 지고 지고 피고

다른 꽃이 지고 피고 피고 지고

 

그 많은 꽃들의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품고 키운 대지는

사계절 용암 분출의 에너지 없이는

꽃 한 송이 내밀지 못함을 미리 알았나 보다.

 

나는 언제 속이 부글부글 끓으려나.

오늘도 허탕이다, 좋은 소식은 깜깜이다.

이제 하찮은 꽃 한 송이라도 내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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