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지 **/방우달(처세시인)
모든 직을 내려놓고 춘천으로 이주하니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깊어졌다.
10년을 들과 산을 걸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계절마다 달마다 날마다
같은 꽃이 피고 지고 지고 피고
다른 꽃이 지고 피고 피고 지고
그 많은 꽃들의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품고 키운 대지는
사계절 용암 분출의 에너지 없이는
꽃 한 송이 내밀지 못함을 미리 알았나 보다.
나는 언제 속이 부글부글 끓으려나.
오늘도 허탕이다, 좋은 소식은 깜깜이다.
이제 하찮은 꽃 한 송이라도 내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