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친절 전단지
방우달(처세시인)
"죄송합니다, 차주님.
허락없이 쪽지를 남깁니다.
저의 바이어가 선생님 차를 사고 싶어합니다.
차량 판매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언제라도 연락주세요.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중고차 수출전문기업 00오토
문의 전화 010-000-0000"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나의 애마에
꽂혀 있는 쪽지 내용이다.
노후 중고차 전국 최고가 매입 회사,
전액 당일 현금 지급,
연식이 오래된 차량,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을 구입,
깔끔한 서류 정리 및 말소를 해주겠다는 친절한 전단지다.
골동품 같은 내 애마는 1996년 산이다.
새 차로 뽑아 26년 된 나의 첫 승용차다.
가끔 꽂혀 있는 이런 전단지를 볼 때마다 참 묘한 생각이 든다.
나의 애마가 아니라
연식이 오래된 내게 꽂혀 있는 쪽지 같아서다.
왜 이런 느낌이 갑자기 찾아 온 것일까?
아, 정말로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