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남자, 사나이, 남편, 아버지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11. 2. 04:00


남자, 사나이, 남편, 아버지


방우달(시인)


태어날 때 선택권은 없었고 그는 남자였다

커 갈수록 기질은 사나이였지만

마음은 소녀처럼 착하고 부드러웠다

3년 동안 군대생활 용맹스럽게 마쳤고

취업하여 성실한 생활인으로 경제를 꾸려왔다

한 여자를 만나 사랑했고 결혼을 하고

자식들 낳고 키워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 보냈으면 할 일 다 했다고

뿌듯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은퇴생활은 왜 이렇게 쓸쓸하고

섭섭하고 아프고 외롭고 소외받는 느낌이 들까

어떤이는 쌍방향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앞만 보고 세차게 달렸기 때문이라고

자신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럴 듯한 원인들 사후약방문으로 찾아내지만

어떤 위로도 받지 못한다

이미 지난 일들은 돌이킬 수도 없는 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크게 죄 지은 일은 아닌 듯

이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삶의 태도일까

이 땅의 많은 남편들 아버지들은

지금 홀로 꺼억꺼억 울고 있다

고요한 숲속에서 잔잔한 호반에서 소리도 없이

때로는 어느 강가에 앉아서

소리지르며 흐르는 강물에 뜨거운 눈물 보태며

오늘도 황혼녘 낙엽처럼 뒹굴며 울고 울어

남자의 인생 눈물의 역사가 꾸불꾸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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