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음'에도 시집을 계속 내는 이유
방우달(시인)
세월이 좀 흐르고 나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사가 실속이나 쓸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허무의식이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생 자체가 부질없음이 본질인데
'부질없다, 부질없다'하며
그냥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믿고 의지하며
붙들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 가지 일을 오래 붙들고 살지 못함은
이 부질없음을 알고
미리 포기함에 있다.
이런 갈등과 회의를 극복하고
파도처럼 죽는 날까지 부질없는 짓을 계속하면
바다는 썩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