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단상斷想
방우달(시인)
살아가는 일이란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뜀박질하는 것과 같고 달리는 열차 속에서 뛰어가는 것과 같다.
고속 엘리베이터 속에서 50cm 더 높이 뛰는 것과 고속 열차 속에서 500m 더 빨리 가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인생은 그 50cm와 그 500m를 위하여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란 작은 일이 크게 보일 수도 있고 눈 앞의 일이 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일이란 지나고 보면 그렇게 급한 일도 서두를 일도 없는 것. 욕심부릴 일도 성낼 일도 없는 것.
엘리베이터나 열차에서 내릴 때쯤엔 모든 것을 알게 될 터이지만
고속으로 오르고 달리는 동안 우리는 현재의 위치를 몹시 알기 힘들다.
뒤도 보이지 않고 옆도 보이지 않고 앞과 위만 쉽게 보인다. 나만이 보이고
조그만 손은 작은 것을 잡아도 놓지 않으려 한다.
뜀박질하고 뛰어가는 일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조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일 옆을 살펴보는 일이 참된 인생일지도 모른다. |
*<지갑을 던지는 나무>(방우달 지음. 정일출판사. 2000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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