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액자에 담으면 세상은 아름답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11. 23. 07:00

 

              액자에 담으면 세상은 아름답다

 

 

 

                                                                                                                방우달(시인)

 

 

 

넓게 멀리 봐야 한다.

 

형이상학적인 것이든

형이하학적인 것이든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볼 것은 다 봐야 한다.

 

깊게 넓게 멀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대가 본 모든 풍경들을 덮고 덮어도

덮히지 않는 풍경을

성질에 맞게

사각형 · 삼각형 · 원에다 담아라.

또는 입체로 표구하라.

표구된 풍경들은 모두 아름다우리.

 

예술적인 풍경은 미적인 틀 안에 있으므로

깊은 애정이 가리라.

그런 애정이 없다면, 각박한

이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 것이리.

 

순간 순간 많이 만나는, 부딪히는

우리 삶의 풍경들 중에서

액자에 담을 만한 풍경들은

기쁨 아니면 찬란한 슬픔이리.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더럽기도 하고 때로는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다.

 

그 풍경들을 전부 간직하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하리.

우리의 가슴은 그렇게 넓지 못하다.

액자에 담을 수 있는 풍경만

전시하기에도

우리의 가슴은 비좁다.

 

액자에 담을 만한

풍경들을 고르려면

풍경들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리라.

전체적으로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

선택의 눈과 마음이 생기리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액자에 담긴 풍경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다.

 

액자에 담긴 풍경은

기쁨 아니면 찬란한 슬픔이기에

선택된 풍경은 아름답다. 

 

*<지갑을 던지는 나무>(방우달 지음. 정일출판사. 2000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