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체험만큼 산다
방우달(시인)
체험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각양각색이다. 쌍둥이라도 체험은 다르다.
체험의 종류를 크게 나누어 보면 가족 체험, 성장 체험, 학교 체험, 군대 체험, 직장 체험, 독서 체험, 여행 체험, 대화 체험, 사색 체험, 시간 활용 체험 등이다. 다소간 중복되는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체험이 없다. 체험은 폭이 넓어야 한다. 폭이 좁고 깊으면 거의 외곬이다. 자기만 잘난 듯 한다.
어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 구성원과 주변부의 인맥들은 어떤가에 따라 체험의 질과 범위가 엄청나게 달라지며, 자기가 다닌 학교에 따라 선생님과 선후배, 동료가 다르므로 역시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군대, 직장, 만난 사람, 독서, 여행, 사색 등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체험이 달라지고 체험이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 선천적 후천적 체험이 그 사람을 변화시킨다. 행ㆍ불행도 사상도 철학도 변화시킨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체험을 했노라, 또는 고생을 했노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된 삶의 일면을 말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천차만별이다. 체험의 폭과 질이. 다양한 체험을 한 사람일수록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깊이가 있다. 이해심도 남보다 깊다. 과부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듯하다. 미처 다 겪지 못한 체험도 겪은 듯하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떤 마음도 포근해진다. 그의 얼굴은 잔잔한 호수와 같다. 던지려고 손에 쥐었던 조약돌도 녹여 버린다.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많은 체험을 하는게 좋으리라. 그 중요성을 인식할 때에는 이미 늦어 버리는 체험도 있으니까. 일부러 체험을 쌓으려고 하면 힘들다. 무슨 일이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호기심을 키우며, 날마다 색다른 체험을 조금씩 쌓아야 하리라. 죄가 성립되지 않는 체험은 조금씩 골고루 맛본다는 생각으로 실천하면 남보다 많이 맛볼 수 있으리라. 체험이 많아지면 사람을 만나거나 사물을 볼 때 저절로 보는 눈이 깊어져 기쁨이 커진다. 같은 세월을 살더라도 남보다 오래 깊이 사는 것이 된다.
*<지갑을 던지는 나무>(방우달 지음. 정일출판사. 2000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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