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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서고 싶다

벌서고 싶다/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의 중에서 살다보면 누구나 한때는 겨울나무처럼 벌거벗고 추운 하늘 아래 벌서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방탕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꼭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본래적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사는 것이 답답할 때도 절망 속에서 몸부림칠 때도 아무도 없는 산정에 올라 벌거벗고 소리 지르며 벌서고 싶어진다. 그렇게 자주 벌을 서는 사람은 신(神)에 가깝다. 동물에 가까운 사람은 한 여름의 밀림을 좋아한다. 밀림 속에서는 먹고 먹히는 일만 눈 앞에 있으므로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앙코르 작품 2021.03.25

'군살이 보이시나요?'

'군살이 보이시나요?' 숲속에서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나무엔 군살이 없다. 만져봐도 잡히지 않는다. 인간세상 둘러보고 신은 말한다. 인간엔 군살이 없다. 영혼에도 잡히지 않는다. - 방우달의 《절》 중에서 - 한 뼘만 멀리서 한 뼘만 더 높은 곳에서 보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생각이 높아지고 넓어집니다. 삶이 우아해집니다. 바짝 붙이면 온 세상을 조그만 숟가락 하나로 캄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 있는 태산은 내 앞을 가리지 못합니다. 한 걸음만 물러서서 삶을 대하면 어떤 고통도 고난도 물러섭니다. 잠시만 견디면 다 지나갑니다. 평온이 다시 옵니다. 겨울 지낸 따스한 봄날 화사한 봄꽃처럼 군살없이 말랑말랑한 삶을 피우세요.

앙코르 작품 2021.01.11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꽃에는 왜 향기가 있는가 방우달(시인) 꽃은 완성품이다 완성품이 씨앗을 남긴다 씨앗이 영원의 첫걸음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봐서 아름다워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은 냄새를 맡아서 향기로워라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은 만져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라고 만질 수 없는 사람은 바람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라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꽃잎을 씹어 맛을 보라고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므로 이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 한 것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신이고 부처님이고 예수님이고 사람이 꽃이다.

미발표 신작 202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