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녹지 않는
설경, 녹지 않는/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1 개 짖는 소리 들리고 거짓말같이 펑펑 소리에 멍멍 짖어대는 겨울 매운 날이 풀리며 움막에 발 묶인 상거지떼 들판으로 쏟아져나온다 맨처음 인간이 뱉은 기침소리 떠도는 맨발 끝이 끝없이 시린 하늘가에서 발을 헛디딘 눈발들이 퍼부어대는 2 눈속에 눈이 내리고 산과 들판이 온통 내 눈 속에 쌓여 눈이 흐리다 눈거풀 내리면 귓속에서 폐가 무너지는 소리 쌓인다 무더기로 무너진 폐가의 등을 짓누른다 3 새떼들이 흰 들판 위에 흙 묻은 발자국 찍는다 (더 이상은 걷지 못하겠어, 이 질퍽한 길) 길 벗어난 새 한마리 길 위에 눈을 찍는다 부리가 몹시 차다 총알을 겨누던 초병의 눈알이 힘없이 눈속에 처박히고 얼어붙은 손가락이 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