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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야탑의 아침편지

꽃 - 야탑의 아침편지 길이기 때문에 그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씨앗을 낳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아름답기만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향기롭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피워봐야 안다고 합니다 꽃 참 좋다고 고통은 사라지고 기쁨이 피어난다고 애벌레가 나방이 되는 것처럼 - 방우달의 《꽃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그 원인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불가사의한 일이 많습니다. 알 수는 없지만 자연의 순리입니다. 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애벌레가 되겠습니까? 사람은 왜 삽니까? 길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크게 출세를 하고 명예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불가사의한 원인과 결과를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답게 살아..

앙코르 작품 2024.03.01

눈밭 산책

눈밭 산책 방우달(시인) 눈이 방금 내게 찾아왔다 낯선 길을 걸어보라고 길 없는 길에 길을 내라고 코로나19 따돌리고 밤 열 시 초등학교 운동장 두 시간 걸었다 일흔 세월의 추억들을 접고 싸락눈으로 내려와 함박눈으로 누울 때 눈 밑엔 쌀알처럼 많은 지난 발자국들 외등 불빛 따사로움에 잠들고 눈 오는 소리 발자국 소리 포개지는 고요에 길이 하나 보인다 길은 뒤에서 나를 따라 걷는다

미발표 신작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