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허물
방우달(시인)
마음 속 어디엔가 쳐박혀 있던
오래된 청동거울 꺼집어 내어
녹을 닦고 마음을 비쳐본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明心寶鑑 !
도덕경,장자,명심보감,채근담에
왜 갑자기 입맛이 당기는 것일까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
옛날에 몇 번 읽은 탓으로
오래된 친구처럼 그 책들이
정이 푹 익은 얼굴로 다가온다
의義를 버리고 이利를 쫓는 이 시대에
마음을 닦는 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가도
이불 속에 양심을 감춰두고 사는 현대인들이
깊은 밤이면 남몰래 꺼집어 내어 보듬고 앉아
홀로 울고 있을 사람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명심보감의 많고 많은 귀한 말씀 중에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고,
아들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에서
한동안 눈이 꽂혀 마음을 뗄 수 없다
옛날에는 단지 읽거나 외우거나 한 그 말이
그렇게 해야지, 하지 말아야지 다짐만 한 그 말이
이제 와서 나를 돌아보는 순간
그만 죄많은 내 마음을 울리고 만다
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의 허물!"을 먹고 자란 것!
그러니 어찌 자식이 그것을 말할 수 있겠는가,
혼탁하고 어지러운 이 세상에
자식들을 위해 저지른 아버지의 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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