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인심 1인분/방우달(처세시인)
누군가 말했다.
"아직은 살 만하다."
아직은 세상 인심이 살아 있다.
'아직은' 이란 말이 천년 만년 살아가기 바란다.
힘들어도 아직은 살 만하다.
아내는 병실에서 고투 중이다.
나는 집에 왔다 갔다 하며
삼시세끼는 챙겨 입에 넣는다.
간병인이 살아야 환자도 산다.
요즘 가끔 순대국 감자탕을 포장해 온다.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여서 주문한다.
그런데 양은 그것의 1/2보다 많이 준다.
머리가 하얀 노인이 홀로 와서
1인분을 주문하니 더 많이 준다.
후평일단지 전통시장에서 돼지껍데기
1인분을 사도 양을 많이 준다.
나도 노인이 된 것을 실감한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이므로
이를 잘 지키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일흔 셋까지 염색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완전 백발 노인이다.
돌아 가신 부모님께라도 잊지 않고
철 지난 효를 생각하며 살고 싶은 내 고집이지만
아내에게는 보기 싫은 미운 흰 털이다.
내 정신은 아직 80%가 아날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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