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없는 이름/방우달(처세시인)
1913년 생 아버지께서는
9남매 이름을 손수 지으셨다.
한학을 조금 하신 분이다.
물려주신 재산은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이름
'방우달'을 큰 선물로 주셨다.
1980년대 초 서울특별시 전화번호부는
큰 사전처럼 두꺼웠다. 깨알 같은
인명부에 내 이름은 단 한 사람이었다.
동명이인이 수백명인 사람도 많았다.
찾아도 누가 누군지 찾을 수 없다.
1988년 돌아가신 아버지께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나와 처음 만나 인사 나눌 때
필명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문인이 될 것이라고 작명하신 것 같단다.
요즘 전화번호부는 없지만
각종 SNS 상에는 동명이인이 많다.
나는 남들이 헷갈리지 않는
고귀하고 유일한 이름을 가졌다.
보석 같고 꽃 같은 내 이름 '방우달'이다.
나도 아버지처럼 자식들
3남매 이름을 특이하고 뜻 깊게 지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산다.
막내가 마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