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얄미운 시간이여

野塔 방우달 시인 2024. 4. 19. 19:12

얄미운 시간이여/방우달(처세시인)

 

불행하게도

살아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간이 넉넉한 것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돈도 벌어놓은 것이 별로 없고

건강도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남는 것이 시간 밖에 없다고 비명을 지른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험 전날 학생처럼, 

눈코 뜰 새 없이 출근하고

시간에 쫓기며 일하던 젊은이처럼

시간은 일초도 고귀한데 고귀한 줄 모르고

어떤 목표와 성취를 위하여 별 생각 없이 소비한

지난 날을 벗어나 은퇴의 시간에 도달하니 

재산도 권력도 명예도 인기도 건강도

무상함에 매몰된다.

 

아, 시간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일과 건강이 뜨겁고 푸른 시간을 살라먹은 후에야

시간이 남아 돌고 넉넉해지는구나.

어디 갈 형편이 못되고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할 때 찾아오는

여유로움, 자유의 얄미운 시간이여!

그래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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