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은 이렇게 말한다/방우달(처세시인)
영정사진이란
죽음이라는 반기지 않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
요즘은 장수사진, 축복사진이라고도 한다.
어떤 말로 불러도 죽음을 뗄 수는 없다.
영정사진 한 장만으로
인생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다.
그 모습이 활짝 웃고 있든 무표정이든
울고 있든 찡그리고 있든 흑백이든 칼라이든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영정사진 한 장만으로
인생이 완전히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영정사진으로
아기 때 사진을 걸었으면 좋겠다.
맑고 밝고 환하고 순수하고 꿈으로 가득 찬
인생 출발의 희망과 용기와 도전의 모습 말이다.
불행하게도 내 시절 시골에서는
흑백사진도 찍지 못했었다.
출생 백일 돌 행사도 사진도 없는 어려운 시대였다.
아기 사진이나 어릴 때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제안하는 것은 보내는 모든 이들이
그 사진을 보고 그의 삶을 상상하라는 것이다.
장수사진 한 장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아기 사진도 아주 어릴 때 사진도 없으므로
공백으로 두었으면 좋겠다.
파란만장한 내 삶을 도저히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의 모습이 없다고
영혼이 살지 않는 것도 떠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일흔 둘에 영정사진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
나의 영정사진은 자식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폭염과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흐린 일요일 아침에 고독과 우울이 몰려온다.
<이 생각 저 생각 헛생각>은 나의 취미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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