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낮추다/방우달(처세시인)
04:45 쓰레기 분리 배출하고 애막골
새벽 산책에 나서다.
며칠 사이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졌다.
같은 시간대인데 더 많이 어두워졌다.
동녘 하늘엔 그믐달이 눈썹 같다.
밖으로 나와봐야 자연의 순환을 느낀다.
춘천을 안개 도시, 낭만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호수에도 들에도 산에도 도시에도
안개가 자주 짙게 낀다.
그래서 연애하기 좋은 도시라고도 한다.
좀 일찍 나오고 안개까지 자욱해서 더 어둡다.
조심조심 천천히 걷는다.
일흔이 넘으면서 목표를 짧게 낮게 세웠다.
과욕은 아예 지워버렸다.
산행을 해도 정상을 낮게 잡고 거리도 짧게 걷는다.
산책도 2만도 이상에서 1만보 이상으로 조정했다.
만족도도 웬만하면 만족으로 체크한다.
줄이지 못한 한 가지는 음주다.
횟수와 주량이 낮춰지지 않는다.
핑계는 이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시인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누가 마시겠느냐다.
말, 참견, 고집, 화, 성질도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먼저 웃고 인사도 먼저 전화도 먼저 하고
지갑도 먼저 열기를 실천 중이다.
있는 척 잘난 척 아는 척 3척도 필요 없어졌다.
이런 것들을 흔히 노추라고 하는데
추한 꼴을 보이면 품위가 떨어진다.
일흔이 넘으면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목표를
전면 재 조정해야 한다.
다만 인격 수양을 위한 마음 챙김은 더 늘려야 하리라.
다른 것은 무엇이든 낮추고 줄이고 조심조심 걸어가야겠다.
짧으면 오늘, 길어야 1만날도 남지 않은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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