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시인은 뭘 먹고 사나?/방우달(처세시인)
지난 6월 어느날 밤 11시경
'야탑수행길' 산책 마치고 귀가하다
비 온다고 24시간 편의점 야외 테이블 큰 우산 걷혀진
어두컴컴 우울한 하늘 아래 길바닥에 앉아
모락모락 김나는 컵라면을 먹는 노숙자를 봤다.
불현듯 어느 전업 시인의 모습이 겹쳐졌다.
나는 5월달 팔린 시집 인지세 세금 떼고 총 30,080원을
지난 6월 25일 은행계좌로 이체받았다.
전업 시인은 도대체 뭘 먹고 사나?
대부분 전업 시인은 배우자의 수입으로 생존한다.
비혼자 이혼자는 뭘 먹고 사나?
나는 연금 생활자다.
지방이지만 잘 곳 입을 것 먹을 것은
검소하게라도 해결이 된다.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
좋은 시가 안 써진다고 핀잔이다.
절실하지 않아서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실하면 반드시 좋은 시가 나오나?
좋은 시집 내놓으면 반드시 잘 팔리나?
41권 책 중에 하루 한 권 팔리는 날보다
한 권도 팔리지 않는 날이 훨씬 많은 나는
빈센트 반 고흐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슬프고 아픈 생각이 든다. 끔찍하다.
연금이 없었으면 무엇으로 먹고 살까.
컵라면 먹던 그 노숙자 생각이 갑자기 자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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