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낙락喜喜樂樂

분홍 꽃비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4. 6. 18:50
분홍 꽃비/방우달(처세시인)
 
오전에 주택가 산책 중입니다.
상큼한 공기로 찌던 폐와 마음을 씻습니다.
어디에서 밤새 꽃비 맞은 소형 승용차,
분홍 꽃잎으로 덮혔습니다.
 
떨어져도 꽃잎은
꽃잎의 지조를 잃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존엄하고 숭고합니다.
 
아침 일찍 꽃잎을 싣고
뒷골목에 주차하고 일터로 간
소형 승용차 주인 마음, 알 듯 합니다.
 
나도 꽃이 되어 떨어져도 아름답고 싶습니다.
꽃잎을 털지 않고 그냥 둔 차주 마음으로
여생을 여유롭고 고요하게 살고 싶습니다.
 
꽃잎을 지게 한 봄비와 바람,
얄밉지만은 않은 아침입니다.
눈의 높이와 방향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
떨어진 꽃잎에서 배우는 멋진 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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