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봄날/방우달(처세시인)
봄비가 제법 내립니다.
해마다 늦게 오는 춘천의 봄,
올해는 늦게 한꺼번에 꽃이 피고
일찍 한꺼번에 꽃이 집니다.
내 탓도 네 탓도 우리 탓도
아닌 듯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서럽습니다.
슬픕니다. 아픕니다.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합니다.
봄비 봄바람에도 아직 견디고 있는
오래 된 내 청춘 같은 꽃들을 위하여,
누구를 탓할 수 없을 때
위로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냥 함께 할 뿐입니다.
봄비가 내립니다. 바람이 붑니다.
속절없이 꽃잎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