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29.일요일
오후에 이발하다. 나는 텁수룩한 머리가 좋다. 아내는 짧고 단정한 모습을 좋아한다. 나는 은퇴생활을 시작할 때 머리카락도 수염도 길게 길렀다. 퇴직했으니 마음 대로 길러보고 싶었다. 아내는 질색을 했다. 한 일년 쯤 기르다가 해외 갈 일이 있어서 깎았다. 그 뒤로 장발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더 길게 기른다.
오늘은 평소보다 길지 않는데 이발을 했다. 아내가 다음 주 초에 강대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는다. 내가 간병인이다. 병실에서 1~2주 동안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니까 아내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단정하게 깎아버렸다. 나 혼자 누굴 만날 때는 괜찮은데 아내 보는 앞에서 아내가 싫어하는데 굳이 텁수룩한 모습으로 간병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나는 옛날 이발관에서 이발을 한다. 미용실에서는 총 5번 이하 커트한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이발관은 주로 직장이나 거주지 근처에 있는 곳이다. 단골이다. 여기 춘천에서도 12년 동안 두 곳에서 단골로 머리를 깎았다. 옮긴지는 3~4년 된다. 전번 이발사는 이발은 잘 하는데 지나치게 부정적 사고와 비판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물들까봐 미안하지만 옮겼다.
옮긴 곳은 이발사가 나보다 4~5세 많다. 전번 이발사는 한 살 위였다. 이번 이발사는 시골에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졸업 후 도시로 기술배우러 와서 이것 저것 하다가 결국 이발사가 되었다. 독립을 빨리할 수 있는 업종이라서 선택했다고 한다.
그 후 돈을 벌어 부모님 돕고 결혼하여 자식들 키우고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손주들 보고 그렇게 평범하게 70대 중반까지 살아오고 있다. 앞으로 건강하다면 80대 중반까지도 이발업을 하겠다고 한다. 나는 만 60세에 퇴직하고 지금까지 백수다. 그는 아직도 돈을 벌고 있다.
이발을 마치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다. 11,200보 걸었다. 산책하면서 줄곧 생각했다. 정말 평범한 삶을 만족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는데 큰 지식, 명예, 지위 등 체면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고 묵묵히 이발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삶과 나의 발버둥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생각해 보며 혼자 웃었다. 요즘 <이 생각 저 생각 헛 생각>(가제)이란 단상집을 준비하고 있다.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31.화요일 (2) | 2023.02.01 |
---|---|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30.월요일 (2) | 2023.01.31 |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28.토요일 (2) | 2023.01.29 |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27.금요일 (4) | 2023.01.28 |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3.01.26.목요일 (2) | 202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