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7.09.토요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2. 7. 10. 07:47
[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2.07.09.토요일
 
"'아닌 척', '그런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은 나의 감정이 나를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씌운 껍데기다. 맨살인 채 밟히면 아플 것 같아서 죽을지 몰라 씌워준 껍데기다." ㅡ <감정 어휘>(유선경 지음. 앤의서재 펴냄)
 
70평생을 나는 얼마나 많은 껍데기를 쓰고 살았는가? 가면의 인간, 복면의 인간으로 살았는가?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먹고 입고 자고 자식들 키우기 위해서 이런 저런 명분으로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 무거운 껍데기, 두꺼운 껍데기를 짊어지고 살았는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고 싶지만 다 표현하고서도 살 수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독불 장군은 없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진실을 전부 말하고서는 살 수 없다. 아, 여기도 중용, 균형, 조화가 필요하다. 인간은 영원한 인간일 뿐이다.
 
은퇴 후의 생활은 보다 얇은 껍데기를 쓸 수 있다. 자기가 마음 먹으면 껍데기를 벗을 범위, 얇은 것 선택하기를 훨씬 넓힐 수 있다. 은퇴 후 나는 그랬다. 퇴직 후엔 남 밑에서 일 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프리렌스 일은 좋다고 했다. 그렇게 11년을 살았다. 후회는 없다. 생활이 좀 어렵기는 하다.
 
13:30 아내와 큰딸 가족은 최근 개업한 모던 하우스, 리버레인카페, 소양강댐으로 구경나갔다. 폭염속에서도 3시간 가량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다. 나는 집에서 읽기와 강의 듣기, TV보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내 감정에 따라 내 시간을 보내는데 가족들도 이제는 이해한다.
 
18:30 포스코 패밀리 3가족이 집근처 풍년삼겹살집에서 만나다. 코로나19 때문에 몇년만에 만나다. 돼지갈비, 소주, 막걸리, 냉면 등으로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자식들이 방문스프라이즈하기 전에 약속된 일이라 그냥 진행했다.
 
자식들은 먹고 싶은 것 외식하라고 카드를 줬는데 덥다(?)고 집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점심 때 집에서 양고기를 구워서 실컷 먹었다고 외식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옥수수 등으로 간식을 해서 배가 불러서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도 했다.
 
요즘 폭염 탓으로 또 자식들이 왔으므로 어제 밤부터 에어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열대야다. 우리 부부만 있었다면 아직 켜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을 속이고 즉 껍데기를 쓰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어쩔 수 없다. 자식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