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방우달의 <풀꽃>과 나태주의 <풀꽃>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4. 29. 02:01

 

 

방우달의 <풀꽃>과 나태주의 <풀꽃>

 

방우달(처세시인)

 

 

어느 방송 토크쇼(2019년?)에서 나태주 시인은 말했다.

풀꽃 시를 쓴 것은 2002년이고 <풀꽃 1>이

교보문고 글판에 걸린 것은 2012년이라고.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도 풀꽃 1, 2, 3을 썼다.

졸저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 시집에 실려 있다.

1996년 9월 10일 <작가정신>사에서 발행되었다.

아마 발행되기 몇 년 전에 풀꽃을 썼을 것이다.

 

풀꽃 1 - 방우달

 

한아름의 빛깔을

한 호흡의 향기를 떨쳐버리기 위해

 

다만, 흔들릴 뿐

그것은 네 속살이 아니다

 

오직, 이름없는

네 빛깔

네 향기를 찾기 위해

 

다만, 흔들릴 뿐.

 

바래질 것 다 바래지고

날아갈 것 다 날아가서

 

내 쓸쓸한 뜰엔

풀꽃마저 사라지고

 

억겁의 햇빛과 바람에도 시들지 않는

네 속살로 그득하여라.

 

풀꽃 2 - 방우달

 

가까운 훗날,

머물렀던 곳에

본래 네 것이 아닌

흙 한 줌

더 보태는 일이

깊고 깊은

삶의 의미일 때

흙 껴안는

꽃으로 너는 핀다.

속살로 핀 꽃이

향기롭다.

아름답다.

흔들리는 모습이.

 

풀꽃 3 - 방우달

 

다만 불려지지 않아서

그 이름이

잊혀지고 묻혀버린

그냥 풀꽃.

 

야들바람에도 온몸으로

땅을 딛고 섰는

풀섶 자줏빛 풀꽃.

 

길 떠날 무렵

풀꽃은

꽃잎으로 입을 다물고

눈짓으로 흔드는 풀잎.

 

야들바람에 파르르 떨다

풀꽃 품에 안기는

흰구름 미안한 눈빛.

 

<풀꽃>이란 말이 나태주 시인이 처음 쓴 말도 전용어도 아니다.

내가 먼저 시어로 끌어와 썼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공감과 대중성을 얻었다.

방우달 시인의 <풀꽃>은 그것을 얻지 못했다.

 

공감과 대중성을 얻고 못얻고는 천지 차이다.

유명(인기) 가스가 되느냐 무명 가스가 되느냐의 차이다.

 

세상은 조그만 차이를 큰 차이로 인식하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