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우달의 <풀꽃>과 나태주의 <풀꽃>
방우달(처세시인)
어느 방송 토크쇼(2019년?)에서 나태주 시인은 말했다.
풀꽃 시를 쓴 것은 2002년이고 <풀꽃 1>이
교보문고 글판에 걸린 것은 2012년이라고.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도 풀꽃 1, 2, 3을 썼다.
졸저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 시집에 실려 있다.
1996년 9월 10일 <작가정신>사에서 발행되었다.
아마 발행되기 몇 년 전에 풀꽃을 썼을 것이다.
풀꽃 1 - 방우달
한아름의 빛깔을
한 호흡의 향기를 떨쳐버리기 위해
다만, 흔들릴 뿐
그것은 네 속살이 아니다
오직, 이름없는
네 빛깔
네 향기를 찾기 위해
다만, 흔들릴 뿐.
바래질 것 다 바래지고
날아갈 것 다 날아가서
내 쓸쓸한 뜰엔
풀꽃마저 사라지고
억겁의 햇빛과 바람에도 시들지 않는
네 속살로 그득하여라.
풀꽃 2 - 방우달
가까운 훗날,
머물렀던 곳에
본래 네 것이 아닌
흙 한 줌
더 보태는 일이
깊고 깊은
삶의 의미일 때
흙 껴안는
꽃으로 너는 핀다.
속살로 핀 꽃이
향기롭다.
아름답다.
흔들리는 모습이.
풀꽃 3 - 방우달
다만 불려지지 않아서
그 이름이
잊혀지고 묻혀버린
그냥 풀꽃.
야들바람에도 온몸으로
땅을 딛고 섰는
풀섶 자줏빛 풀꽃.
길 떠날 무렵
풀꽃은
꽃잎으로 입을 다물고
눈짓으로 흔드는 풀잎.
야들바람에 파르르 떨다
풀꽃 품에 안기는
흰구름 미안한 눈빛.
<풀꽃>이란 말이 나태주 시인이 처음 쓴 말도 전용어도 아니다.
내가 먼저 시어로 끌어와 썼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공감과 대중성을 얻었다.
방우달 시인의 <풀꽃>은 그것을 얻지 못했다.
공감과 대중성을 얻고 못얻고는 천지 차이다.
유명(인기) 가스가 되느냐 무명 가스가 되느냐의 차이다.
세상은 조그만 차이를 큰 차이로 인식하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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