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벌서고 싶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3. 25. 00:38

벌서고 싶다/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의 <<그늘에서도 그을린다>> 중에서

살다보면 누구나 한때는

겨울나무처럼 벌거벗고 추운 하늘 아래

벌서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방탕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꼭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본래적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사는 것이 답답할 때도
절망 속에서 몸부림칠 때도

아무도 없는 산정에 올라 벌거벗고

소리 지르며 벌서고 싶어진다.

그렇게 자주 벌을 서는 사람은 신(神)에 가깝다.

동물에 가까운 사람은

한 여름의 밀림을 좋아한다. 밀림 속에서는

먹고 먹히는 일만 눈 앞에 있으므로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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