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절>> 중에서
설날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네.
지난 30여 년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가,
삶에 대한 불만이나 축배가 아니었다.
낭만도 아니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숨 막힐 듯 막힐 듯 꽉 찬 삶을 비워서
빈병을 만드는 재미가 수월찮게 있었고
가엾게 여겨질 정도로 비워버린 잔을
채워주는 재미가 제법 솔솔 났기 때문.
그냥, 있으면 비우고
비워지면 채우는 것이 삶이어서
그 재미가 없었다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고 하는 사이
내장이 허물어지 듯 삶은 허물허물
꿈은 술잔 속에서 맘껏 부풀어 올랐더라.
삶은 오늘도 한 잔 술에 안겨 익살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