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나이가 든다는 것은

野塔 방우달 시인 2020. 10. 9. 00:41

나이가 든다는 것은

 

방우달(시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뭔가를 더 느끼며 산다는 것이다.

발가락 하나에 작은 물집이 생겨도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젊었을 때는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 깁스를 해도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만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아프거나 언짢고

가슴이 오랫동안 시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그늘 한 마당

구름 한 점, 비 한 방울

맑은 하늘 한 평

시원한 공기 한 숨

만원 짜리 지폐 한 장

다정한 한 사람

젊었을 때는

헌신짝처럼 여겼던 것들이

황금처럼 절실해진다.

 

좋아하든 즐기든

소유하든 집착하든

그들을 대할 수 있는 날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뜻한다.

 

절실하다는 것,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느낌이 많아지는 까닭일 것이다.

나는 요즈음 많은 느낌 속에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느낀다.

기쁜 일인가? 슬픈 일인가?

많은 느낌 속에 느낌 없이

덤덤히 살아갈 뿐이다.

 

방우달의 <<내겐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 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순리입니다. 시간을 빼고는 

사람 뿐이 아니고 모든 것이 늙고 낡아갑니다.

받아들여야 할 운명입니다. 거스를 수 없습니다.

다만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기품 있고

겸손, 포용, 사랑, 용서, 나눔에 더 마음을

풀어야겠습니다. 불편은 감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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