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방우달(시인)
연기의 영혼 20여 년 빨아들였다
질식시키지 않는 담배
달콤했는데
이별한 지 또 20여 년 되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같은 발암물질 1군에 속하는 술
40여 년 실컷 마셨다
몽롱한 황홀함에 빠져
생각 없이 피웠고 생각 없이 마셨는데
이별 쉽지 않았다
흔적 없이 왔다가 진한 흔적들 남기기도 했다
아직도 정말 아직도
5년 빨리 간다고 해도
술 멀리 할 생각 조금도 없다
어제 밤에도 친구들과 둘러 앉아
술의 영혼 목을 비틀어 바닥까지 비웠다
몽롱한 황홀함에 푹 젖었다
망각 없이 잠시라도 흐를 수 있을까
암 태우지 않고
암 마시지 않고
아, 외롭고 아프고 슬픈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