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발암물질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5. 23. 14:41


발암물질


방우달(시인)


연기의 영혼 20여 년 빨아들였다

질식시키지 않는 담배

달콤했는데

이별한 지 또 20여 년 되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같은 발암물질 1군에 속하는 술

40여 년 실컷 마셨다

몽롱한 황홀함에 빠져

생각 없이 피웠고 생각 없이 마셨는데

이별 쉽지 않았다

흔적 없이 왔다가 진한 흔적들 남기기도 했다

아직도 정말 아직도

5년 빨리 간다고 해도

술 멀리 할 생각 조금도 없다

어제 밤에도 친구들과 둘러 앉아

술의 영혼 목을 비틀어 바닥까지 비웠다

몽롱한 황홀함에 푹 젖었다

망각 없이 잠시라도 흐를 수 있을까

암 태우지 않고

암 마시지 않고

아, 외롭고 아프고 슬픈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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