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골프가 골을 아프게 하네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4. 6. 07:04


골프을 아게 하네

 

방우달(시인)

 


요즈음 골프가 내 골을 아프게 한다.

나이가 좀 들었는지, 지위가 어느 정도 된 것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골프를 칠 줄 아느냐,

왜 배우지 않느냐고 야단이다.

옛날에는 좌석에서 자기들끼리 골프 얘기를 하더니

이제는 배울 의향만 있다면 골프채를 사주겠다느니 

렛슨비를 대신  내주겠다고도 한다.

 

물론 골프는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다른 운동은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골프는 배우다가 그만 두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배울수록 골프에 '미친다'고 하니까.

 

내가 골프를 아직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다.

등산이나 조깅 등 간단한 운동에 비하여 비용이 많이 든다.

봉급쟁이에다가 아이가 셋이다. 아직은 지출할 곳이 많다.

 

다음은 시간적인 이유다.

골프를 다니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간단한 운동에 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시간을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

 

그 다은은 내 성격상의 이유다.

나는 좀 비사교적인 성격이다.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늦은 나이에 조용히 살고 싶다. 운동 하면서 까지

남에게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나 자신도 남에게 간섭 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시인이다. 고정관념으로 생각하면

시인이 골프를 친다? 좀 어색하다.

스님이 승용차를 운전하고 달리는 격이다.

또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쌓여 있다. 등산도 좋아하고 산책도 즐긴다.

여행도 자주 하고 사색도 즐긴다. 시도 써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돈과 시간이 모자라 다 할 수 없다.

 

골프를 칠 줄 알아야 대접 받는 듯한 세상도 싫다.

좋아하는 운동도 사람에 따라 다양해야 하고

그 다양함도 또한 똑 같이 존중 받아야 한다.

자기와 다르면 틀린 것으로 몰아 붙이는 세상도 변했으면 좋겠다.

 

골프가 내 골을 매우 아프게 한다.

내 머리가 골프 때문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머리가 언제 나을지 골치는 골치다.


---방우달의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2009년. 도서출판 여름)에서



참 오래 전의 글입니다. 약 20년 쯤 된 생각 같습니다. 그 때는 골프 열풍이 대단했지요.

지금은 그 때의 나의 생각이 먹혀 들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치관도 관점도 행복의 기준이나 생각도 제각각 입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은퇴 후에도 나는 여러 가지 핑계로 골프를 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골이 아프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