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불공평

野塔 방우달 시인 2016. 4. 6. 03:06

불공평


방우달(시인)



그림 한 점을 사는데는 고가를 지불한다

그런데 시 한 편은 공짜이거나

소주 한 잔으로 끝낸다

원가계산의 현주소다

그림을 그리려면 붓 물감 종이 표구값이

장난이 아니란다

반면에 시는 값싼 몽당 연필 한 자루와

피우다 버린 빈 담배갑이면 충분하단다

어디 백지에 연필만 들이댄다고

시가 그냥 나오더냐?

여태 살아온 삶, 여행, 독서, 사색,

명상과 온갖 값비싼 양념이 버물려서

함축적으로 한 장 행간의 침묵으로 빚어지는데

시값을 겉으로 뵈는 원가계산만으로 끝날 일인가

나는 원재료값도 안되는 시를 오늘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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