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부모의 마음'

野塔 방우달 시인 2016. 2. 20. 01:07

'부모의 마음'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이 애비를 닮지 말라.
내 비록 맛있는 음식 못먹이고 좋은 옷 못입혔지만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맛있는 음식 먹을 때나 좋은 옷 입을 때는
네 애비가 그랬듯이
가난하고 불쌍하게 살다가신 애비 어미 못잊어
눈물 흘리지 말라.


회갑이나 칠순잔치에 가면
목이 매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나의 죄값이다.
어버이에 대한 죄값의 눈물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는 것을
이 세상에 어버이 계시지 않을 때 알게 되다니!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거든 모질게 살아라.
애비 어미 생각지 말고
마음 편하게 웃으며 살아라.
나이가 들수록 나는 왜 눈물이 많은지,
엄마 아부지 생각이 많은지,
새옷을 입을 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아내와 너희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속으로 울게 되는지,
너희들은 아직 모른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거든 모질게 살아라.
다 잊어버리고 웃으며 살아라.

네 할배 할매보다는 네 애비 어미가
네 애비 어미보다는

너희들이 더 잘 입고 더 잘 먹고 살지만
이 놈들아,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더냐.

이 놈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철들지 말라.
철이란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눈물나는 건지

너희들은 모른다.
철이란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른다.시도 때도 없이
쇠망치로 가슴을 내려치고 바늘로 마음을 찌른다.
철이란 그렇게 잔인하다.

한 때는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한 때는 부모를 저주한 적이 있어도 좋다.
하지만 철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빈가지에 잎들이 돋고 꽃들이 피고
검푸른 녹음으로 떡칠을 하고
철이란 단풍들게 하고 낙엽지게 하고
빈가지 벌 서게 한다는 것을,
어버이 가슴에 작은 못질이라도 하면
내 가슴에 얼마나 큰 못이 박히는지,
이 놈들아, 너희들은 아직 모른다.

철이란 잔인하고 무섭고 한 없이 슬프지만
철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다.그러나
어버이 살아계실 때 철들었다고 생각하지 말라.
철이 들어도 어버이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 철이 든다.
이 놈들아, 너희들은 절대로 철들지 말라.


- 방우달의 《작은 숲 큰 행복》 중에서 -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자식들을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희생하며 무엇에나 성공하기를 언제라도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비는 그 마음은 저 세상에서도 자식들이 불효를 자책하며
고통스럽게 살까봐 제발 철들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사실 효자도 부모님을 모두 잃고 나면 불효를 가슴앓이 하며 삽니다.
효도도 끝이 없습니다. 살아 계실 때 잘 모시거나 자주 찾아뵙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림이 첫째요, 양말 한 켤레 고등어 한 손이라도
손에 들고 둥지에 자주 들락거림이 둘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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