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수염 기르기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6. 22. 08:00

수염 기르기

 

방우달(시인)

 

수염을 기르면 자식들이 보입니다

한날한시에 똑같이 기르기 시작했는데

자라면서 차이를 드러냅니다

어떤 놈은 검고 어떤 놈은 희고

턱 중앙엔 흰 놈들이 많고

턱 양쪽엔 검은 놈들이 많습니다

자라는 속도도 각기 다릅니다

오른 쪽 놈들이 무럭무럭 더 잘 자랍니다

첫출발의 대칭은 오래 전에 무너졌습니다

아내는 그것이 보기 싫다고 보기 싫다고

날마다 가위질을 하려고 합니다

나는 자연 그대로가 좋다고 좋다고 

가위로 고르는 것을 절대 거절합니다

수염 기르기가 부부 싸움이 됩니다만

나는 그 놈들을 편애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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