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은 낙엽이야
방우달(시인)
나무가 달라 다른 곳에서 살아왔지만
가을이면 낙엽으로 다시 만나 뒹구는
슬프고 애닯은 사랑처럼
우리의 마음은 낙엽이야
운명을 버렸을 때 낙엽이 되지
그때 마음처럼 날개가 달리지
낙엽은 묶여 있지 않으니 날 수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우주 어느 곳이라도
단번에 날아가서 그를 껴안을 수 있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며날마다 날마다 볼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일생이겠지만
우리는 인간이야
우리네 평범한 삶은
운명의 덫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사랑했던 사람을 가슴에 품은 채
곁에 두고 날마다 볼 수는 없지만
가끔 생각만 해도 얼굴만 떠올려도
내가 행복해지는 그런 사랑이 있지
우리는 사람이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랑도 많은 거지
길을 걷다가 낙엽 하나 곱게 주워
가슴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오며
어느 후미진 골목길에서 꼬옥 껴안지
따뜻한 입맞춤 감미로운 키스도 하지
들킬까봐 들킬까봐
집에 와서는 책갈피에 얼른 숨기기도 하지
그렇게 춥고 긴 동면을 견디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