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혼詩魂

소소한 일상 달달한 詩語로 '세상보기' -경기일보

野塔 방우달 시인 2012. 2. 8. 06:30

 

 

 

 

 

방우달 시집 '쬐금만 더 우아하게'
2012년 02월 08일 (수)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등단 후 평균 1년에 1권씩 책을 내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한 시인이 있다. 가능할까 싶지만 2011년 등단 17년차를 맞은 방우달 시인(60·성남 분당구) 책장엔 총 17권의 시집이 꽃혀 있다.

1994년 7월 예총 발행 월간 ‘예술세계’ 신인상(시)으로 등단한 이래 묵묵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방 시인의 17번째 시집이며 단상천국(斷想天國) 시리즈 제3권인 ‘쬐금만 더 우아하게’(도서출판 여름)는 시인이 50대를 마무리하고 60대를 여는 시점에서 쓴 아주 특별한 녀석이다.

30여년간 공무원 시인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해 온 그는 지난해 7월 1일 퇴직과 동시에 강제적으로 전업시인이 됐다. 17년 동안 ‘교과서 없는 처세학’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시, 단상, 수필 등을 써온 시인의 이번 시집은 퇴직 전에 쓴 단상과 시 157편을 담고 있다.

이번 시집에선 공직자 신분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화두를 화끈하고 예리하게 지적했던 전작의 쌉싸름한 맛은 옅어졌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달달하게 표현해낸 ‘방우달표’ 세상보기는 여전히 편안하게 다가온다. 어렵지 않게, 머리 굴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간결한 문장과 야들야들한 단어들이야말로 백미라 할 수 있다.

분당 여수천 눈길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연인을 보고 “이가 튼튼한 젊은이들의 키스는 쫄깃쫄깃한 갈비맛?”일까 하며 질투도 해보고, 밤 11시쯤 걸려오는 “관리차원에서 전화합니다”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행복해 하며, 가난과 문학 때문에 인생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처절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시집 ‘보리꽃’,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 ‘알을 낳는 나그네’ 등과 수필집 ‘아름다운 바보’,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 ‘내겐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 등의 다수의 작품에서 시인이 추구해온 ‘희망찾기’는 이번 시집에서도 계속된다.

시인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용기와 희망을 찾고 절망이나 불행에서 벗어나 변화된 모습으로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숨길 수 없다”고 말한다. 값 7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