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혼詩魂

죽부인竹夫人(앵콜)

野塔 방우달 시인 2010. 5. 16. 06:14

 

                       죽부인竹夫人

                                                                     방우달(시인)

 

 

아들한테는 빌려주지 않으리.

질투,시기,사랑
한여름 서늘_하다,
가슴 파고드는.

내 가장 무서워하고
내 아주 좋아하는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시간의 검은 얼굴
잠을 위하여 사랑받는
애인!

얘야,너도 하나 가져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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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남원 광한루 옆 어느 가게에서
아내와 함께 죽부인을 하나 샀다.
선유도를 거쳐 3박4일 전라도를 돌고
올라오는 기분 좋은 날에 아내의 동의를 받은 것이다.

동의를 받은 것은 이름이 죽부인이라
혹시 질투라도 할까봐
아니면 소외감에 섭섭해 할지 몰라서다.
사소한 일에도 아내를 배려하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짧은 지식에
왜 죽부인竹婦人이 아니고 죽부인竹夫人인가?
의문을 몇년간 품어왔다.
죽부인은 주로 남자들이 껴안고 자는데
지어미 부婦가 아니고 지아비 부夫인가 하고.
지아비 지어미의 훈만 가지고 생각했으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죽부인(竹夫人ㅡ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만든 제구)은
여러번 사전을 찾아봤으나
부인은 너무 잘 아는 단어라 찾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아니 죽竹을 빼고 찾을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부인을 사전에서 찾으면
부인婦人은 기혼 여자,
부인夫人은 남의 아내의 높임 말이라고 나온다.

사소한 일에 몇년을 고민한게 아깝지는 않다.
의문이 풀려 마음이 아주 시원하고
일머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케 해 줬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를 죽부인보다 더 사랑하면서
죽부인도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리라.

 

 

* <작은 숲 큰 행복>(방우달 지음.도서출판 여름.2005.1)에서

 



* 질투(?)가 심한 아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