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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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49제때까지만 분향소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은 불과 보름 정도, 그마저도 봐 줄 아량이 없었을까.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있는데 신문 뭉치가 도착했다. 전국에서 바른지역언론연대로 보내오는 주간지들이다. 고양신문, 한산신문, 설악신문 등을 읽다가 순천시민신문을 집어 들었다. 1면 톱기사 제목이 ‘사라진 권양숙 문고’ 이다. 무슨 일이 일어 난 걸까. 순천시민신문 보도를 보자.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지난 2003년 11월 23일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권양숙 여사가 도서관 측에 책을 사라며 200만원을 주었다. 순천시는 이 돈으로 책 250여권을 사 비치했고 권 여사에게 감사하는 표시로 가로 40센티, 세로 20센티의 ‘권양숙 문고’라는 나무패를 만들어 책장에 비치했다. 그런데 지난 해 5월경, 도서관은 권양숙 문고를 폐쇄시켰다. 그 이유가 ‘정부가 새로 바뀌었으면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도서관을 방문할 예정이라 권양숙 문고를 보면 불편할 것 같아서 치웠다’ 이다. 하지만 이런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유 장관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양숙 문고 나무 팻말은 현재 도서관 창고로 쓰이는 책 정리 방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6만 5천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2만여 권은 권양숙 여사, 배우 문근영씨 등 유명인과 지역기업, 개인이 기증한 책들이다. 도서관은 1층 백면에 기증자의 이름과 기증 책 수 등을 표시한 액자를 붙여놓았다. 그렇다면 애초 액자만 걸면 될 것을 왜 따로 권양숙 문고라는 나무패를 만들었을까. 아마도 권력에 잘 보이려는 심산 또는 대통령 부인에 대한 차원 다른 예우였을 것이다. 이리 놓고 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뻔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린다고 새 권력에 잘 보이기, 죽은 권력 버리기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어린이들이 왜 나무패가 보이지 낳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무어라 답해야 할까. 남해신문 시절 이야기다. 군수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골프장 유치 반대와 장묘문화 후퇴를 비판하는 기사로 남해신문과 군청은 대립각이 서 있었다. 사회복지 과장이 만나자고 연락해왔다. 군청 소회의실에서 공무원노조 지부장과 기다리고 있던 과장은 대뜸 세 쪽 짜리 문건을 내놓으며 읽어보라더니 ‘이 문안 그대로 신문에 실어주지 않으면 남해신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 고 엄포를 놓았다. 그 문건은 잘못된 군정 정책을 비판한 보도에 대한 반론문이었다. 남해신문은 독자들의 반론을 적극 수용한다. 그러나 그 반론문은 타당성이 없고 설혹 전면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A4 세 쪽 분량을 지면에 다 실을 수는 없는지라 검토 후 연락 하겠다 했다. 문을 나서는 필자에게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무원 노조 지부장과 남해군 전 공무원이 남해신문을 불매 하겠다’ 는 으름장을 날아왔다. 편집국에서 ‘반론문 양을 조절하여 다시 보내 달라’고 통보했지만 반론문은 물론 불매운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과장과 필자는 수년간 살갑게 지내왔는데 왜 그리 태도가 돌변했을까. 남해신문과 불편한 관계인 새 군수를 향한 과잉 충성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까지의 형, 동생이 정치권력에 따라 적대적 관계로 표변하는 그 공무원의 전형은 지금까지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현직 간부 공무원이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다. 방우달 서울시 위생과장은 ‘참다운 배신은 아름답다’는 에세이집에서 ‘총 공무원 중 20% 정도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고 그중 80%는 고위직에 있다’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일수록 출세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현실이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또 역대 대통령, 이명박 정부 장관 인선, 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쓴 소리 까지 담았다. 특히 ‘히딩크를 만나는 공식 석상에 아들과 사위를 불러 기념촬영을 한 전직 서울시장은 공과 사를 모르는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 책을 펴내려고 하자 가족, 출판사에서 현직 공무원이라며 만류했으나 그는 “지금 ‘배신’하지 않으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살 것”이라며 책 출판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탄생한 유행어 ‘영혼 없는 공무원’ 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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