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2

이별의 시간 - 야탑의 아침편지

이별의 시간 - 야탑의 아침편지 봄이거나 가을이거나 바람이 불거나 잠잠하거나 잎이 질 때 그냥 지는 잎은 없다 가끔 사고사(事故死)로 이별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잎은 파르르 떨며 마지막 통곡을 하지만 스스로 질 줄 아는 잎은 한참 동안 말끔히 자신을 정리하고 따뜻한 마무리를 가족과 이웃에게 선물한다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은 이승에서 축복받은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다 - 방우달의 《소양강에서 놀다》 중에서 - 계절도 이별합니다. 사람이나 생명이 있는 것들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살아 있었던 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겨울과 이별하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괴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웃으며 겨울을 보내줘야 합니다. 함께 한 시간이 의미 있고 아름답기 위..

앙코르 작품 2024.02.17

가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은 배려의 화신(花神)입니다 스스로 가을을 찾아와서 핍니다 온 천지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찬란한 봄을 마다하고 가을에 피는 것입니다 곧 찬 서리 내리고 꽃잎은 시들겠지만 가을을 걸어가는 이들의 미세한 흔들림을 달래줍니다 봄에 피는 꽃은 제 잘난 맛에 핀 꽃도 많지만 가을에 피는 꽃은 한결같이 겸손합니다 위로의 화신(花神)입니다 - 방우달의 《풍선 플러스》 중에서 - 맑고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가을꽃은 하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진해서 어엿하게 꽃을 피웁니다. 자신을 위해서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위대한 영혼, 자연의 배려와 섭리 앞에서 엄숙해집니다. 소년 출세보다 노년 행복을 나눕니다. 이별과 상실의 고통으로 흔들리는 가을에 가을꽃을 닮고 싶습니다.

앙코르 작품 202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