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가을에 피는 꽃

野塔 방우달 시인 2020. 11. 2. 14:05

가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은
배려의 화신(花神)입니다
스스로
가을을 찾아와서 핍니다
온 천지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찬란한 봄을 마다하고
가을에 피는 것입니다
곧 찬 서리 내리고
꽃잎은 시들겠지만
가을을 걸어가는 이들의
미세한 흔들림을 달래줍니다
봄에 피는 꽃은
제 잘난 맛에 핀 꽃도 많지만
가을에 피는 꽃은
한결같이 겸손합니다
위로의 화신(花神)입니다


- 방우달의 《풍선 플러스》 중에서 -

맑고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가을꽃은 하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진해서 어엿하게 꽃을 피웁니다. 자신을
위해서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위대한 영혼,
자연의 배려와 섭리 앞에서 엄숙해집니다.

소년 출세보다 노년 행복을 나눕니다.
이별과 상실의 고통으로 흔들리는
가을에 가을꽃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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