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7

극히 정상

극히 정상/방우달(처세시인) 요즘 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 인데 어느 가을 토요일 오후 2시 남자 중학생 둘이 나를 앞질러 걸으면서 "오전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 "나도 그래." 둘이서 맞장구 친다 울어야 될 지 웃어야 될 지 모르겠는데 중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일흔 넘은 나의 두뇌는 극히 정상이구나 그날 하루 산책길은 겨우 안심이 된다.

미발표 신작 2022.09.19

낙엽 단상

낙엽 단상 방우달(시인) 이른 아침 숲속 낙엽길 걷는다 밤새 내려앉은 가랑잎에는 아직 온기와 미세한 숨결이 뒹군다 어떤 낙엽들은 간밤 바람 때문에 떨어졌다고 바람이 밉다고 투덜거리고 어떤 낙엽들은 힘에 겨웠는데 바람이 도와줬다고 바람에게 감사의 기도 올리고 하늘에 매달린 잎들을 우러러 보며 산책길이 갑자기 사색의 길로 접어든다 나의 가랑잎은 어떤 마음으로 내려앉을까?

미발표 신작 2020.11.11

아따, 일찍 갔다 오십니다!

아따, 일찍 갔다 오십니다 방우달(시인) 오후 3시다. 애막골 산책길에서 한 낯선 노인을 만났다. 나보다 10살 정도 위로 보이는 분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아따, 일찍 갔다 오십니다!" 물론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4개월째 마스크를 끼고 산책하고 있다. 애막골 산책길은 여러 군데 진입로가 있다. 그 만큼 하산로도 많다. 산책 코스가 짧으므로 나는 이 길 저 길 왔다 갔다 하며 날마다 다양한 코스를 선택하고 운동량도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조절한다. 나는 내려가고 그 노인은 올라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서로 마주쳤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통 "안녕하세요?"라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오후 3시인데 일찍 갔다 온다고 특이한 인사를 받고 보니 그 인사말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보통 간단하게 인사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