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수 비법/방우달(처세시인)
초가을이다.
그저께 밤 9시 산책을 나가는데
내가 사는 동(棟) 바로 앞에서
지팡이 하나 짚고 90도로 허리 굽히고
조금 빠르게 걸으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다소 어두워서 얼굴은 자세히 못 봤지만
옷차림은 단정하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느낌으로 아흔은 넘어보였다.
내가 사는 바로 옆동(棟)으로 들어가신다.
48평 56평 63평형이 있는 부자동(棟)이다.
승용차나 택시를 타지 않고 걷는다.
이 시간에 어디 다녀오시는 것일까?
운동 나오신 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
분명 장수 비결이 숨어 있을 것이다.
경제 사정은 넉넉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서
집에 머무는 시간은 별로 없다, 부지런하다,
누군가와 자주 만나고 즐거운 대화를 갖는다,
함께 밥이나 차를 자주 먹고 마신다,
승용차나 택시를 타지 않고 걷는다,
스스로 인생을 즐기며 자기 삶을 사시는 분이다,
라고 생각하며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보를 걸었다.
누죽걸산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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