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방우달(처세시인)
누군가 말했다.
"모든 생물은 삶에 최적화되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부터
미물에 이르는 모든 동식물까지
오늘 지금 여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충분히 살아 있을 만한 까닭이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퇴화하여 사라진다.
어느 봄날 벚꽃이 만개했을 때
공지천변을 산책하다가 보았다.
쉬는 동안 민물가마우지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햇볕에 깃을 말리고 있었다.
곧 물속으로 뛰어들면 젖을 텐데
왜 말리고 있을까?
빨리 높이 멀리
날기 위해서 말린다.
젖기 위해서 말린다.
먹기 위해서 말린다.
살기 위해서 말린다.
약사천이나 만천천변을 산책할 때는
백로 재두루미 오리들이 물고기 잡는 것을 보았다.
민첩하고 날렵하다.
생존을 위해서 모든 것이 최적화되어 있었다.
새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랍다.
인간인 나는 일흔이 넘도록 그럭저럭 살지 않았나?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능도 사회성도 노력도 부족한 사람이
지나친 호강을 누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이 어리바리하다.
진실로 많이 부끄럽다.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도 감사하다.